[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KB와 우리은행의 양강구도, BNK의 시즌 첫 승과 홈에서의 우리은행 전 승리. 다양한 이슈가 WKBL에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삼성생명의 부진이다.

삼성생명은 9일, 신한은행에게 패하면서 6연패에 빠졌다. 3승 7패로 단독 5위다. 오늘은 부침을 겪고 있는 삼성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삼성생명 부진은 선수들의 부상에서 비롯됐다.

비시즌에 많은 선수들이 잦은 부상으로 훈련과 재활을 오갔고, 주축 중 한 명인 박하나는 대표팀에서 입은 부상으로 무릎 수술을 했다. 본인 의지로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했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휴식 기간이 길어졌다.

윤예빈과 이주연이 1라운드에 부상으로 고생했고, 도쿄 올림픽 프리 퀄리파잉 조별예선 이후에는 김한별이 발목 부상으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BNK와의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리네타 카이저가 부상을 당한 것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카이저는 일단 올해 안에는 복귀가 불가능하다.

카이저의 공백으로 삼성생명은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일시 대체를 할 만한 마땅한 자원이 없는 것이 이유다. 현재로서는 신한은행에서 뛰고 있는 비키 바흐를 오는 18일 이후 영입해 카이저를 일시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삼성생명을 괴롭히는 부상 연쇄와 외곽 부재
박하나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은 윤예빈이 1라운드를 뛰지 못했고, 이주연도 부상으로 꾸준하게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김한별이 1번 역할을 수행했는데, 김한별은 개인 능력으로 파괴력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편은 아니고, 또 체력적으로도 안배가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1번으로 긴 시간을 뛰면서 체력적인 어려움이 왔고, 꾸준히 왕복을 해주지 못하면서 삼성생명 앞선에서의 약점이 두드러졌다.

윤예빈이 돌아오면서 이런 문제가 조금은 해소되는 듯 했지만, 외곽 지원의 부재는 해결하지 못했다. 

삼성생명의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은 28.2%다. 하위권이다. 물론 BNK(26.9%)보다는 높고, KB(28.3%)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BNK와 KB는 경기를 거듭하며 1라운드 대비, 성공률이 올라오고 있는 반면, 삼성생명은 꾸준하게 부진하다.

김보미가 10경기에서 경기당 2.3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37.7%의 적중률을 보였지만 딱 여기까지다. 삼성생명의 3점슛 기록에서 김보미를 빼면 성공률은 23.0%로 추락한다.

김보미를 제외한 삼성생명 선수들은 이번 시즌, 경기당 1개의 3점슛을 넣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윤예빈이 6경기에서 딱 6개를 성공했고, 나머지 선수들의 평균 3점슛 개수는 모두 0점대다.

당연히 팀 3점슛 개수는 최하위. 삼성생명은 2라운드까지 경기당 4.9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한 경기 평균 3점슛이 6개가 안 되는 팀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이는 다른 5개 팀이 삼성생명을 상대할 때 외곽수비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사이드가 강한 팀이라 해도 공격 형태가 이렇게 되면, 상대가 외곽에서는 특정 선수만 체크하면서 쳐져서 수비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며 내외곽이 모두 답답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곽 공격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

카이저가 뛰었던 7경기에서 삼성생명은 평균 17.14개의 3점슛을 시도해 4.86개를 성공했다. 그가 빠진 3경기에서는 평균 18.0개를 시도해 5.0개를 성공했다. 시도도 성공도 리그에서 가장 적다.

핸디캡을 극복한 팀 수비의 부활과 배혜윤의 역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은 카이저 없는 3경기를 비교적 잘 싸웠다. 외곽 지원도 없고, 평균 리바운드 마진은 -16.3이었음에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특히 지난 4일 하나은행 전과 6일 KB전은 경기 내용 면에서 카이저가 있을 때보다 훨씬 유기적이라는 느낌도 줬다.

가장 큰 이유는 수비 조직력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생명은 임근배 감독이 5시즌 째 팀을 이끌고 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에 이어 가장 오랫동안 팀을 지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다져온 팀 수비에 강점이 있고,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도 갖춘 팀이다. 삼성생명은 2쿼터에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뀌었던 지난 시즌, 2쿼터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 개인의 일대일 수비 능력보다 팀 수비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였던 것도 특징이다. 앞선에서 적극적으로 ‘뺏는 수비’를 시도해도 뒷선에서 리커버리가 잘되고, 로테이션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역습 시 속공도 이 수비에서 이어진 장점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초반에는 이런 삼성 수비의 강점이 보이지 않았다. 

박하나와 윤예빈이 동시에 빠지면서 효과적인 앞선 수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보미는 적극성과 투지를 갖춘 베테랑이지만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고, 앞선에 자리잡은 김한별은 올라붙기보다는 내려서는 수비를 하는 선수다.

그러다보니 삼성생명의 강점이었던 수비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카이저가 빠진 경기에서는 오히려 수비 조직력이 나아졌다. 윤예빈이 복귀했고, 뒷선에서 팀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카이저보다는 높은 국내 선수들이 나서자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공격에서는 배혜윤의 역할이 돋보였다. 

배혜윤은 3경기 모두 20점 이상을 득점했다. 카이저가 없는 3경기에서 배혜윤은 평균 38분 32초를 뛰며, 27.3점 6.7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마이샤 하인즈 알렌(하나은행), 박지수, 카일라 쏜튼(이상 KB), 비키 바흐(신한은행) 등을 상대하며 올린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공격이 이 기간 동안 꾸준히 개인 능력에 의존했던 점은 아쉽다. 

팀 오펜스보다는 일대일에 치중했다. 그래서 볼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적극적인 스크린은 보기 힘들었다. 배혜윤이 돌파를 시도할 때, 반대쪽에서 백 스크린이나 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면서 안쪽 공간을 넓혀주는 플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페인트존 안에서의 어시스트는 있었지만, 밖으로 패스 아웃을 한 뒤, 코너에서 3점슛을 노리는 모습 등은 없었다. 성공도 적었지만, 시도 자체도 적었다. 코너를 활용한 플레이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니 코트를 넓게 사용하지 못했다. 페인트존부터 좌우 45도 정도 사이에 공격루트가 집중됐다.

배혜윤 활약의 그림자, 외국인 선수 활용
한편, 최근 맹활약을 펼치는 배혜윤을 보면,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삼성생명의 계산이 복잡해질 것 같다. 

지난 3경기에서 배혜윤은 분명 책임감에 투지를 더해 외국인 선수가 없는 약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심리적인 측면은 분명 그렇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보자면, 배혜윤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페인트존을 비워줘야 한다는 점도 확실히 증명됐다.

배혜윤은 3점슛을 적중시킬만큼 슛 거리가 긴 빅맨이지만, 기본적인 플레이는 당연히 페인트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돌파는 물론 스텝을 이용해 다양한 공격 기술을 보여 주면서, 매치업 상대였던 외국인 선수들과 박지수를 당황시켰다. 전제조건은 포스트에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외국인 선수 카이저는 미들슛도 던지지만 움직임이 부지런한 선수는 아니다. 배혜윤보다 높이와 힘, 기본적인 리바운드에서 앞서는 만큼 당연히 포스트의 1옵션은 카이저가 되어야 한다. 배혜윤의 장점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기가 어렵다. 

삼성생명이 일시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비키바흐 역시 배혜윤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현재 WKBL에 있는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마이샤 하인즈 알렌이 배혜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가장 좋은 스타일로 보인다.

만약 삼성생명이 배혜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외국인 선수로 굳이 빅맨을 고집하기 보다는 마이샤와 같은 스타일, 혹은 외곽까지 활동 반경이 넓은 선수로 범위를 넓혀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박하나의 복귀는 분명 호재
삼성생명은 9일 신한은행 전에서 박하나가 복귀했다.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선수 본인의 복귀의지가 강해서 경기에 투입했다고 한다. 많이 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26분 가까이 뛰었고 10점을 득점했다. 경기감각과 슈팅밸런스는 게임을 뛰면서 잡아가야 할 것이다.

일단 박하나의 복귀는 삼성생명에게 당연히 호재다. 카이저의 부상 후 2경기를 모두 6명으로 소화했던 입장에서는 가용인원이 1명이라도 늘어나는 것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심지어 주전 자원의 복귀다.

박하나의 적극성은 팀 수비에 큰 도움이 된다. 9일 경기에서는 상대 선수를 따라가는데 다소 버거운 듯한 모습이 있었지만, 몸이 완전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질 것이다.

공격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박하나는 삼성생명의 가장 확실한 외곽슈터다. 최근 삼성생명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담당한 선수이기도 하다. 박하나로 인해 삼성생명은 픽앤롤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공격 옵션도 다양해질 수 있다. 

다만 김한별의 결장은 치명적이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가운데 김한별까지 없다면 높이와 힘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1승이 절실한데, 하필 KB전을 앞두고 김한별까지 결장하게 된 것은 삼성생명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에도 외국인 선수의 기량 미달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위권 순위싸움을 견뎌내며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고 우리은행을 잡는 등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시즌 초반은 지난해보다 더욱 상황이 좋지 않지만, 삼성생명이 특유의 강한 위기 극복 능력을 보여주면서 빠르게 팀을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순위싸움에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