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어느 덧 5라운드로 들어선 여자농구에서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1, 2위 싸움이 더 흥미로워 졌다.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위기에 빠진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BNK에게 발목을 잡히며 사실상 선두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 했다. 22일, KB와의 맞대결을 앞두고는 김정은에 이어 최은실까지 부상으로 빠지게 됐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이겼다. 1위 KB에 반 경기 차로 바짝 따라붙은 우리은행은 KB와의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3승 2패로 우위에 섰다.

특히 우리은행은 주전급 선수들의 결장, 그리고 경기 후반 김소니아와 김진희의 5반칙 퇴장으로 그간 경기에 많은 출전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경기를 소화 했음에도 승리를 가져갔다는 부분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KB가 우리은행에게 예상 외로 고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박지수의 활용을 최대한 제어하는 우리은행의 준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박지수를 가장 괴롭힐 수 있는 상성
우리은행은 센터가 없는 팀이다. 하지만 높이가 낮은 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드 김진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포지션 분류가 무의미한 선수들이다. 박지수를 괴롭힐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비슷한 신장, 혹은 정통 센터와의 맞대결만 놓고 보면 박지수는 높이와 기술, 스피드, 유연성 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 오히려 신장은 작지만 힘이 좋고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더 어려움을 겪는다.

김정은, 최은실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박지수가 이들이나 김소니아와 매치되었을 때 힘들어 지는 부분은 이들이 포스트에서만 머물지 않고 3점슛, 외곽에서 1대1 돌파, 포스트 업 등 다양한 능력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수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갖는 박지수를 단순히 외곽으로 끌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량 자체를 크게 늘려주기 때문에 박지수 뿐 아니라 KB 전체적으로 수비 움직임이 많아지고,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체력 저하와 함께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박지수가 외곽으로 끌려 나왔을 때, 박혜진과 박지현은 다시 인사이드를 공략한다. 이들과 매치업 되는 선수들이 상당히 힘든 수비를 할 수 밖에 없다. 

리바운드와 빠른 트랜지션
그리고 우리은행은 루즈볼 싸움, 제공권 싸움에서 KB에 전혀 밀리지 않기 때문에 빠른 트랜지션으로 그들의 수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데, KB가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KB는 박지수를 보유하고 있고, 높이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그런 조건에 비해 리바운드가 많은 팀은 아니다. 반면, 우리은행은 상황과 여건을 떠나 리바운드와 루즈볼 다툼에 가장 전투적으로 임하고, 소기의 성과를 얻는 팀이다.

KB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세트 오팬스보다 트랜지션 오펜스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 시 5:0, 즉 수비 없이 움직이는 트랜지션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연습해야 한다. 

다섯 명의 선수가 아무렇게나 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있는 길로 뛰고, 움직이면서 세컨 브레이크까지도 연결해야 하는데, 잘 연결된 빠른 트랜지션은 세트 플레이 상황이 되어도 이미 트랜지션 상황에서 미스매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훨씬 수월한 공격을 할 수 있다. 

박지수가 우리은행 전에서 파울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 부분과 함께, 신장은 작아도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우리은행 선수들을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박지수를 막는 트랩 디펜스의 정확성
마지막으로 우리은행의 수비를 보자.

박지수에 대해 트랩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선수들의 헬프 라인과 빠르고 정확한 로테이션이 나오는 부분도 많은 준비과정이 병행되어 있을 것이다. 

셸 드릴(Shell Drill). 공격자들이 정해진 위치에서 패스를 돌리고 수비자들이 위치를 잡는 아주 기본적인 연습부터 코트를 쪼개는 디테일 등이 그것이다. 농구는 왼쪽, 오른쪽, 탑, 윙, 코너 등으로 코트를 쪼개서 상황별로 연습을 하는 것이 공수에서 무척 중요한데, 상위권 팀들은 이 부분에서의 이해도와 움직임이 다른 팀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이를 잘 수행하는 팀이 우리은행이다.

KB는 박지수가 트랩수비를 만났을 때 외곽으로 킥 아웃 하는 타이밍이나 시야, 그리고 커트 인하는 선수들의 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수비가 어느 위치에서 트랩을 들어가고, 어느 카운트에서 들어갈지에 대한 부분과 로테이션에 대한 팀 디펜스 연습이 중요하다. 우리은행은 이런 부분을 가장 정확히 이행하고 있다.

보통, 박지수는 볼 반대쪽 로우에서 볼 쪽 포스트 맨의 어웨이 스크린을 받아 움직이면서 볼을 잡으려고 하는데, 스크린 상황에서 수비자가 약속대로 박지수의 길을 제대로 범핑해 주면서 볼 잡는 타이밍을 본인들이 트랩에 들어가기 적합한 타이밍으로 만들어 주면서 트랩과 헬프, 로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로우 포스트 트랩 수비가 효과적인 이유다.

또 타이밍에 맞춰 포스트에 자리를 잡을 때도 수비 위치를 제대로 잡아 포스트 업 타이밍을 죽여주거나 적절하게 파울로 끊기 때문에 박지수가 쉬운 공격을 할 수 없다. 

박지수 같은 경우는 트랩수비에서 외곽찬스가 제대로 터지지 않거나, 본인이 부침을 느끼면 외곽으로 움직이며 투 맨 게임을 시도 하는데, 스크린 후 롤을 하면서 여러 번 좋은 찬스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우리은행은 초반 수비 로테이션 실수가 있어도 이 부분에서 스위치 후 ‘누가 헬프를 들어가고, 골 밑에서 트랩을 들어갈지’에 대한 약속이 정확이 이행되는 편이다.  

일대일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는 박지수를 제어하기 위해서 트랩 디펜스를 써야 하는 것은 이미 공식화되어 버린 이야기다. 반면, 학창 시절은 물론, 외국인 선수가 있던 시절에도 더블팀을 당해왔던 박지수 역시 다양한 트랩 디펜스에 적응이 되어있다. 그런 박지수를 트랩 디펜스로 가두기 위해서는 트랩을 가는 선수 뿐 아니라 코트 위 다른 선수들 모두의 움직임과 타이밍까지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결국 디테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미 다섯 번의 맞대결을 치렀고, 지난 몇 시즌 동안 항상 1위 싸움을 하고 있는 두 팀. 상대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는 두 팀이 이번시즌 정규리그 1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이 디테일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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