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컴퓨터가드’, ‘람보슈터’, ‘코트의 황태자’...

별명들이 난무했던 옛날과 달리 좀처럼 별명을 짓기 어려운 시대다. 웬만큼 멋들어진 별명들은 선배들이 진작에 채갔을 뿐더러 요즘 사람들은 오그라드는 것에 워낙 질색이다.

그런데 안양 KGC인삼공사의 가드 이재도는 다르다. 한양대 시절 끗발을 날리던 ‘돌격대장’은 이제 KGC의 앞선에서 약진을 외치며 팀을 높은 곳으로 이끌고 있다.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Q1. 올 시즌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FA를 앞둔 시즌이라 비시즌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휴가 때부터 술도 적게 먹고, 가장 덜 쉬면서 운동도 많이 했다. 프로 와서 가장 휴가답지 않은 휴가였다. 제 가치를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휴가 때부터 바짝 준비했다. 물론 아예 술을 안 먹은 건 아니고.(웃음) 두 번 먹을 거 한 번 먹은 정도다. 소집 후 비시즌에는 제가 아무래도 직전 시즌에 군대에 다녀왔기 때문에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다.

Q2. 몸 상태가 데뷔 후 가장 좋다고 봐도 될까?
그건 아니다. 좋았던 건 2년 차, 3년 차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그땐 40분씩 뛰어도 지금처럼 힘들지가 않았다. 회복이 빨랐다. 지금은 확실히 그렇게 뛰면 힘들고 회복도 느리다.(웃음) 형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저도 이제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 

Q3. 한양대 돌격대장 시절과 비교하면 달리기는 어느 때가 더 빨랐나?
어휴, 대학교 때는 아주 날아다녔다. 몸무게도 더 가벼웠고 관절도 다 싱싱했고. 몸에 대한 자신감도 엄청 났다. 점프를 계속 뛰고 방향 전환을 확확 해도 아픈 데가 하나도 없었다. 

Q4. 다시 두 자릿수 득점을 하는 데까지 오래 걸렸다. 2016-2017시즌 이후 4년 만인데.
군대에 갔다 왔을 때 빼고는 웬만하면 두 자릿수 득점은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시 올라오니 기분은 좋다.

Q5. 가장 좋아진 부분은 무엇일까?
멘탈이다. 좀 성숙해진 면이 있다. 뛰다 보니 경험도 많이 쌓였다. 연승도 해보고 연패도 해보고 그런 것들을 겪다 보니 하나씩 하나씩 복기하게 된다. 사실 올 시즌에도 초반에는 잘 안 됐다. 그때 조급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그동안 겪었던 그 경험들이 자신감을 유지하게 만들어줬다.

 

Q6. 야투율은 47.4%로 데뷔 후 최고다.
감독님의 영향이 있다. 저희 감독님이 안정적인 농구를 추구하신다. 확률 높은 농구, 미스가 적은 농구를 바란다. 그걸 따르다 보니까 야투율이 오르더라. 

Q7. 그렇게 리그 최정상급 앞선 공격을 하면서 스틸도 1.7개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1.7스틸은 커리어하이인데.
이것도 감독님의 영향이다. 아마 제가 그 전 커리어하이 스틸이 2년 차 때 지금 김승기 감독님이 코치로 계셨을 때였을 거다. 선수는 감독님을 따라가는 것 같다. 

Q8. KGC 특유의 압박 수비의 힘이라는 건데 그 수비가 힘들지는 않나?
너무 힘들다.(웃음) 두 명을 막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 수비는 시작이다. 한 군데를 내주는 수비인데 메우는 과정에서 체력적인 소모도 크다. 그래도 그 안에서 저희끼리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하면서 효율적으로 하려고 한다. 잘 된 경기도 있고, 안 된 경기도 있다. 안 된 경기를 돌려 보면 안타깝다.

Q9. 처음 김승기 감독을 만나고 수비 시스템을 배웠을 땐 좀 문화충격도 있었을 것 같다.
어휴, 많이 들었다. ‘이걸 시즌 내내 할까?’ 싶었는데, 그것도 그렇고 1쿼터 시작하고 4쿼터 끝날 때까지 트랩을 들어가라고 하시니까.(웃음) 지금도 이렇게 하는 팀은 우리 팀밖에 없다. 그래도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수비니까 따라 해야 한다.

Q10. 언제쯤 적응됐나?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웃음)

 

Q11. 본인이 생각하기에 수비와 공격에 체력을 몇 대 몇으로 쏟는 것 같나?
체력이 팔팔했던 초반에는 5대5로 했다. 그러다가 요새 들어 힘이 좀 부치면서 수비에 3, 공격에 7 정도? 동료들한테 미안하다.(웃음) 그래도 저희 공격 시스템상 제가 공을 들고 해야 할 때가 많다. 수비에 힘을 다 빼면 안 된다.

Q12. 본인의 수비와 공격에 점수를 매긴다면?
수비력은 75점 정도? 공격력은 8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Q13. 딥쓰리 성공 or 스틸 후 속공 어느 것이 더 기분 좋은지?
딥쓰리가 더 기분이 좋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생각을 못하는 슛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들어가면 더 짜릿한 게 있다.

Q14. 버저비터 득점 or 버저비터 블록슛은?
이건 무조건 득점이다. 사실 버저비터 블록을 해본 적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위닝샷이 더 짜릿하다.

Q15. 5.6어시스트도 2016-2017시즌 6.1어시스트 이후 최고 기록이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그땐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떨어진 상황이었다. 뭐라도 동기부여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그냥 자신감 있게 했다. 지금은 플레이오프에 도전하는 팀에서 내고 있는 기록이다. 자부심이 있다.

 

Q16. 발이 빠른 선수다. KBL에서 가장 빠르다고 봐도 될까?
‘준비 땅’하고 뛰면 제가 그렇게 빠르진 않을 거다. 그건 다리 긴 선수들, 김종규 선수나 송교창 선수가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코트 안에서 기민한 움직임이나 민첩성은 제가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Q17. 상대했을 때 진짜 빠르다고 느낀 선수는?
아무래도 (김)선형이 형이... 가속도가 붙으면 쫓아갈 엄두가 안 난다. 특유의 리듬감도 있다. 아직까지 스피드는 명불허전이다.

Q18. 근 몇 년 간 가장 가드진의 활약이 돋보이는 시즌이다. 리그 탑3 가드를 뽑는다면?
순위 상관없이 이재도, 이대성, 허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웃음)

Q19. 어린 선수들 중 눈에 띄는 가드가 있다면?
시즌 초반 오재현 선수. 제 학교 후배인 것도 있는데, 무엇보다 신인이 수비로 존재감을 준다는 게 쉽지 않은데 잘했다. 지금은 좀 잠잠해지긴 했지만, 초반 그런 센세이션이 보기 좋았다. 

Q20, '믿쓰한가(믿고 쓰는 한양대 가드)'라는 말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저희들끼리도 가끔 모이면 얘기한다. 그런데 이 별명은 제게 좀 자부심이 있는 별명이다. 제가 있을 때부터 나온 별명이지 않나. 한양대에 워낙 유명한 가드들이 많았다. (양)동근이 형, (조)성민이 형 등 전설 같은 선배들이 많았지만 그때도 ‘믿쓰한가’라는 말은 없었다. 저 때부터 생긴 말이라 자부심이 있다. 지금도 후배들한테 우리가 더 잘해서 이어가자고 한다. (유)현준이도 있고, (오)재현이도 있고. 계속해서 학교 이름이 언급됐으면 좋겠다.

Q20. 왼손잡이인데 슛은 오른손으로 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제가 왼손, 왼발잡인데 사실 양쪽을 다 쓰긴 한다. 오른손으로 쏘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 농구부에 처음 갔을 때였다. 선생님이 슛을 쏘라고 했는데 옆에 형들이 다 오른손으로 쏘더라. 저는 그때 소심한 아이였다. 혼자 왼손으로 쏘면 주목받을까 봐 형들 따라서 오른손으로 쐈는데 그 이후로 계속 그렇게 됐다. 

 

Q21. 백보드 슛 또한 트레이드마크인데.
제가 슛이 엄청나게 좋은 선수는 아니지 않나. 미드레인지에서 슛을 쏠 때 저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3점 라인 안에서는 백보드를 맞히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프로에 와서 고치라는 말은 없더라.

Q22. 구장마다 백보드의 탄성이 다르다는 말도 있던데 쏘다 보면 체감이 되나?
맞다. 골대마다 탄성도 다르고 팀마다 공도 다르다. 미세하게 거리도 약간씩 다른 게 있다. 그런데 그런 거 다 따지면 못 쏜다.(웃음) 그냥 경기에 뛰면서 조금씩 맞춰간다.

Q23. 팀 내 가장 대화를 많이 하는 동료는?
전성현, 문성곤, 변준형? 이 셋이 코드도 잘 맞는 게 있다. 경기 전후로 대화를 좀 많이 한다.

Q24. 지난 1월 31일 있었던 KCC전 마지막 장면에서 턴오버로 경기가 끝났다. 이때 전성현이 패스를 받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100% 제 잘못이다. 그런데 저도 우선 저한테 공이 올 줄 몰랐다.(웃음) 그러다 공이 왔다. 정말 갑자기 왔다.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아서 뭐라도 해야 될 거 같아 뒤를 돌았는데... 아마 (전)성현이 뒤쪽에 전광판이 있었다면 시간을 보고 다시 줬을 거다. 성현이가 안 보였던 건 아니었다.

Q25. 경기 후 전성현은 뭐라고 했나?
끝나고서는 별 말 안 했다.

Q26. KGC는 리그에서 스틸이 가장 많은 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를 꼽자면?
당연히 (양)희종이 형이다. 수비를 잘하려면 일단 피지컬이 돼야 한다. 희종이 형은 키도 크고 힘도 정말 좋다. 거기에 수비에 완성인 집념, 이 집념이 정말 강하다. 올 시즌 정규리그를 다 뛰진 못했지만, 플레이오프 모드에 들어간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Q27. 올 시즌 내내 팀에 기복이 좀 있었는데, 제러드 설린저가 온 뒤로 다시 분위기가 좋다.
떠난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설린저 효과가 진짜 있다. 골밑에 믿음직스러운 외국 선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그런 효과가 있더라. 

Q28. 크리스 맥컬러와 비교한다면?
사실 설린저를 만나기 전부터 걱정이 더 많았다. 시즌 내내 외국 선수에 대한 그런 게 좀 있었기 때문에... 그냥 맥컬러보다만 나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기대를 너무 안 하고 있다가 만나서 그런지 지금은 너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팀도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좋다.

Q29. 설린저가 처음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땠나?
먼저 유튜브로 어떤 선수인지 찾아봤다. 그런데 딱히 뭐 그렇게 키도 안 크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닌 것 같더라.(웃음) NBA에서 많이 뛰었다고 하는데 NBA 뛰었던 선수가 한국에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았나. 사실 처음에는 많이 갸우뚱했다. 모두 기우였지만...

Q30. 설린저의 첫 인상은?
‘왜 이렇게 근육이 없지?’, ‘몸이 좀 물렁물렁해 보이는데?’, ‘아 역시...’ 하하하. 얼굴도 축구 선수 티에리 앙리를 닮았더라.(웃음) 정~말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농구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 너무 밝더라. 저같이 좀 어두운 선수한테는 같이 뛰기 정말 좋은 선수다.

 

Q31. 지금껏 함께 뛴 외국 선수 중 가장 인상 깊은 선수는?
설린저가 최고의 선수다. 

Q32. 현재 다른 팀 외국 선수 중 한 번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라건아 선수. 일단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 그것만으로 상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같은 팀이라면 참 좋을 것 같다. 외국 선수가 그렇게 군말하지 않고 열심히 뛰는 게 흔치 않다. 그걸 시즌 내내 한다.

Q33. 다른 팀 국내 선수 중 함께 뛰고 싶은 선수는?
우리 팀을 빼고 말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제가 가드다 보니까 이승현 선수? 고등학교 때 같이 뛰어봤는데 그때도 정말 편하게 뛰었다. 기록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있다. 함께 뛰는 동료를 편하게 해주는 빅맨이다.

Q34. FA를 앞두고 있어 고민도 많겠다.
맞다. 어느덧 마지막 라운드다. 멘탈 관리에 계속 힘써야 한다. 저는 선수의 시즌은 멘탈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에 잘 안 됐을 때에도 멘탈을 놓지 않았다.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덕분에 올 시즌 이런 기록이 나올 수 있었다. 팀이 앞으로 어디까지 더 갈지 모르겠지만, 좀 더 집중해서 더 높은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팬분들은 항상 선수의 마지막을 기억하지 않나. 남은 경기, 어떻게 하면 더 팀에 승리를 안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마무리하겠다.

Q35. 주위에서 FA에 대한 조언도 슬슬 받을 때 아닌가?
다 똑같다. 다치지만 말라고. 건강히만 시즌을 마무리하면 좋은 결과도 올 거라고 한다. 그렇게 무사히 시즌을 마치고 FA를 먼저 했던 형들에게 연락해서 조언을 구하려고 한다. 저도 처음이니까. 우선은 시즌을 잘 마치는 게 최우선이다.

 

Q36. 본인에게 있어 팀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분은?
글쎄. 아, 저는 같이 뛰는 선수들도 많이 볼 것 같다. KT 시절에 이기는 경기보단 지는 경기를 많이 했다. 제 기록은 좋았지만, 팀은 졌다. 주전 가드로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와 책임감을 느꼈다. 좋은 형들도 많았고 많이 배운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지는 건 너무 힘들었다. KGC에 와서는 이기는 경기가 더 많지 않았나. 이기니까 행복하더라. 물론 여기에 제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도 당연히 중요할 것이고... 여러 가지를 봐야 한다.

Q37. 만약에 팀을 옮기더라도 지금의 공수 플레이스타일은 계속 될까?
그렇다. 그게 제 캐릭터다. 어디를 가더라도 적응할 자신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제 역할을 해낼 것이다. 프로 데뷔하고서부터 지금까지 제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저는 어디에서도 꾸준할 수 있다.

Q38. 농구를 하면서 가장 큰 목표는?
선수로서 반지 한번 껴보는 게 당연히 가장 큰 목표다. 그러면서 제 트로피까지 모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Q39. 은퇴는 언제쯤 계획하고 있나?
스스로한테 자신이 없을 때 은퇴를 생각할 것 같다. 소속팀에서 제가 필요가 없다는 것이 느껴질 때쯤?

Q40. 은퇴 후 계획도 있을까?
글쎄. 지도자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다른 건 크게 없다. 지금 제 가장 큰 계획은 내일 있는 당장 한 경기 한 경기를 잘 뛰고 오는 게 계획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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