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는 끔찍한 흑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2006년 이후 지난 16년 동안 새크라멘토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드마커스 커즌스, 버디 힐드, 디애럭 팍스, 타이리스 할리버튼 등 팀을 바꿀 스타들이 하나, 둘 등장했지만 현실은 늘 같았다. 지난 16년 동안 새크라멘토는 명백한 서부 만년 약체 팀이었다.

그랬던 새크라멘토가 새 시즌 반등을 꿈꾸고 있다. 젊으면서도 곧바로 승리를 노릴 수 있는 로스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크라멘토의 이 같은 도전의 중심에는 원투 펀치인 디애런 팍스와 도만타스 사보니스가 있다. 그리고 서머리그 MVP를 수상하며 고무적인 여름을 보낸 루키 키건 머레이 역시 주목할 만 하다.

203cm의 포워드인 머레이는 지난 6월 열린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새크라멘토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당시만 해도 말이 꽤 많았다. 새크라멘토가 머레이를 선택하면서 제이든 아이비(5순위, 디트로이트)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퍼듀 대학 출신의 제이든 아이비는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가드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 자 모란트를 연상케하는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갖춘 아이비는 NBA에서 통할 수 있는 유망주로 분류됐고, 이런 아이비를 포기하고 머레이를 지명한 새크라멘토의 선택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7월 서머리그를 통해 키건 머레이를 둘러싼 논란은 순식간에 잠재워졌다. 머레이가 서머리그에서 다른 유망주들을 압도하는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머리에는 라스베이거스 서머리그에 4경기 출전해 23.3점 7.3리바운드 2.0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했다. 야투율은 50.0%, 3점슛 성공률은 40.0%에 육박했다. 머레이는 앞서 열린 샌프란스시코 클래식에서도 3경기에서 18.7점 8.0리바운드 야투율 51.1%, 3점슛 성공률 43.8%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머레이는 결국 라스베이거스 서머리그 퍼스트 팀에 입성함과 동시에 MVP까지 수상했다.

키건 머레이는 현지에서 제2의 크리스 미들턴으로 통한다.

'야후스포츠'의 크리스 헤인즈 기자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출연한 방송에서 머레이를 미들턴과 유사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평가했으며, 새크라멘토 소식을 다루는 KXTV의 맷 조지 리포터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머레이는 서머리그부터 크리스 미들턴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드리블 돌파나 볼 핸들링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민첩한 동작을 통해 3점, 미드레인지 구역을 공략하는 플레이가 미들턴과 매우 흡사했다. 점퍼를 앞서워 공격을 펼치지만 슈팅력이 워낙 좋아 득점 효율이 매우 높은 부분 역시 '터지는 날'의 미들턴과 비슷했다. 여기에 머레이는 큰 신장과 민첩한 몸놀림을 활용해 림을 어택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서머리그 레벨에서 뛴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미들턴의 단점까지 보완한 플레이였다.

키건 머레이 본인도 입단 기자회견에서 "크리스 미들턴은 내가 평소에 롤 모델로 삼았던 선수"라며 자신과 미들턴에 대한 비교를 수긍했다.

(▲설명= 머레이가 빅맨의 핸드오프 패스를 받아 점퍼로 득점하는 장면이다. 기본적으로 함께 공격 작업을 전개한 2명과의 호흡이 좋기도 했고, 핸드오프 패스를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머레이가 보여주는 부드러운 오프 볼 움직임, 패스를 받는 순간부터 슈팅까지 이어지는 깔끔한 스텝 등이 돋보인다. 핸드오프를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렸음에도, 신체 밸런스를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슈팅 동작까지 연결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머레이의 오프 볼 무브와 캐치앤슛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설명= 머레이가 순간적인 1대1을 스텝백 점프슛으로 연결하는 장면. 크리스 미들턴과의 유사성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오른손 잡이임에도 왼손 드리블 이후의 스텝백 동작이 상당히 부드럽다. 오프 암(off arm, 드리블하지 않는 반대편 팔) 쪽의 어깨를 활용해 수비수를 밀어내고 스텝백 동작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이미 상당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설명= 머레이가 스크린을 거는 척하다가 슬립 동작으로 3점 라인 쪽으로 빠진 후, 왼손 돌파로 림 어택을 하며 득점을 올리는 장면이다. 슬립 동작이 매우 부드럽기도 하고, 앞선 장면에서도 언급했듯 오른손 잡이가 왼손 드리블을 활용한 돌파를 거침없이 활용한다는 것만으로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마무리 동작에서는 RA 구역 앞에서 림을 지키는 수비수를 의식하고 원 스텝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빼며 레이업으로 올라가버린다. 드리블 돌파가 투박한 선수는 이런 상황에서 그대로 수비수와 충돌하며 오펜스 파울을 범했을 것이다. 머레이의 유연성, 림 근처의 헬프 수비를 미리 감지하고 반응하는 '리드 앤드 리액트' 능력이 모두 확인되는 장면이다. 머레이는 새 시즌 새크라멘토에서도 위 장면처럼 2대2 공격의 스크리너로 먼저 활용되면서 슬립 동작으로 3점 라인 바깥으로 빠지고, 이후엔 드리블 돌파를 활용한 림 어택 혹은 풀업 점퍼로 득점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슬립 동작을 마크맨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곧바로 오픈 3점을 꽂아버릴 것이다.)

관건은 새크라멘토가 이런 키건 머레이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팀이 될 수 있느냐다.

새크라멘토의 중심은 디애런 팍스와 도만타스 사보니스이며 케빈 허터, 말릭 몽크 등 퍼리미터에서 머레이의 공격 기회를 대신 가져갈 선수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머레이의 포지션에 해리슨 반즈라는 확실한 베테랑 리더가 있기도 하다. 머레이의 잠재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마이크 브라운 신임 감독의 과감한 로테이션 변화와 스몰라인업 활용이 필수다.

서머리그를 통해 우려를 잠재운 '넥스트 미들턴' 키건 머레이는 과연 다가오는 정규시즌에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새 시즌 새크라멘토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선수가 생겼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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